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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5월의 신록을 만끽하자
  • 등록일2007-05-15
  • 작성자북부청 / 홍현정
  • 조회6579
  “푸른 하늘과 찬란한 태양이 있고, 황홀(恍惚)한 신록이 모든 산, 모든 언덕을 덮는 이 때, 기쁨의 속삭임이 하늘과 땅, 나무와 나무, 풀잎과 풀잎 사이에 은밀히 수수(授受)되고, 그들의 기쁨의 노래가 금시라도 우렁차게 터져 나와 산과 들을 흔들 듯한 이러한 때...” 수필가 이양하는 “신록예찬”에서 5월의 신록을 이렇게 표현했다. 이 5월에 풋풋한 녹음의 촉촉한 기운을 느끼며 산을 오르니 여린 나뭇잎들이 살포시 자리 한 켠을 내어준다. 숲속에 조용히 앉아 만나야 할 사람도, 해야할 이야기도, 봐야 할 뉴스도 없이 그저 나를 가만히 놓아 두니, 숲은 내게 자유로움과 한적함, 편안함을 내어주었다.


  인간은 자연에서 태어난 존재이고, 그렇기에 자연 속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어려서 배운 숲에 대한 지식이 아니더라도 막연하게나마 숲의 혜택에 대해 우리는 모두 공감하고 있다. 그렇기에 아파트 광고에서도 숲이 있다는 것을 큰 매력으로 삼기도 하고, 동네 찜질방에서도 산림욕방이라던가 소나무방 등 산림욕 할 수 있는 것을 마케팅에 이용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숲을 보듬고 가꾸며 30년 이상 산림공무원으로 살아 왔다. 산불과  산림병해충을 먼저 염려하느라 정작 푸르른 신록을 만끽하고 즐거워하는 시간에는 인색하지 않았나 되돌아 본다. 이런 나로서는 대부분의 현대인들이 막연히 숲을 동경하고 좋아하는 수준을 넘어 숲이 주는 수많은 혜택들에 대한 고마움과 소중함을 가슴에 담아주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 연구결과 숲은 목재생산의 직접적 혜택 이외에도 공익적가치가 무려 66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국민 한 사람당 연간 136만원이 꼬박꼬박 통장에 들어오는 셈이다. 숲은 소양강댐 10개와 맞먹는 물을 모아두는 역할을 하는 자연저수지이자, 1급수를 만들어내는 자연정수기이다. 그리고 이산화탄소 4,248만톤을 흡수하며 산소 3,090만톤을 공급하는 공기정화기 역할도 한다. 어디 그뿐이랴 산사태를 예방하고 쉼터를 제공하는가 하면 새와 짐승들의 보금자리 역할까지 숲이 주는 혜택은 실로 엄청나다. 이렇듯 숲의 가치, 숲의 혜택을 굳이 수치화·구체화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이미 푸른 신록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얼마나 좋은 것인지 온몸으로 느끼고 있지 않은가. 이렇게 공감하는 만큼, 숲은 그저 누리는 곳, 원하는 대로 사용하는 곳이 아닌 함께 호흡하고 지켜나가야 하는 곳으로 가슴깊이 담아주기를 소망해본다.


  신록의 막바지인 5월 20일에 춘천시 남산면 백양리에서 춘천국유림관리소와 국민생활체육전국육상연합회가 공동 주최하는 푸른숲길달리기 대회가 개최된다. 과거 학창시설의 젊음을 새겨두었던 의암호와 강촌의 추억을 되새길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신록이 눈부신 5월, 사랑하는 가족과 연인들이 함께 숲길을 달리며 이 숲을 만끽해보는 것은 어떨까.


< 산림청 춘천국유림관리소장 이기완 > 2007. 5. 15. 전국매일 10면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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