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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 in 넷포터]둘이 하나 된 사랑나무 ‘연리목’
  • 등록일2007-08-03
  • 작성자북부청 / 홍현정
  • 조회6455
  오래간만에 남편과 같이 유명산 자연휴양림을 찾았다. 내리쬐는 햇볕사이로 매미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여름임을 알리고 있었다. 날이 후텁지근해 잉꼬부부라도 팔장을 끼고 걷기란 쉽지 않을 거라며 우스게 소리를 하며 지나는데, 이런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꼭 껴안고 있는 나무가 있지 않은가. 바로 ‘연리목(連理木)’이다.
  연리목이란 서로 다른 두 나무가 오랜 세월동안 맞닿은 채로 자라면서, 서로 합쳐져 하나가 된 나무이다.


  나뭇가지가 서로 이어지면 연리지(連理枝)라하고, 줄기가 이어지면 연리목(連理木)이라 한다. 좀처럼 흔하지 않은 현상으로 남녀간의 사랑에 많이 비유되어 ‘사랑나무’라 불리기도 한다. 남편과 나는 서로 다른 나무가 어떻게 한 몸이 되어 살아가는지 신기해하며 한참을 뜯어보았다. 이러한 연리목은 어떻게 만들어 지는 것일까.
  그 과정을 살펴보면 이렇다. 가까이 심겨진 두 나무는 해마다 새로운 나이테를 만든다. 이 나무들이 조금씩 자라나, 줄기가 차츰 굵어지면 맞닿게 된다. 서로 맞닿은 부분은 자랄수록 껍질이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수년간 제 살이 벗겨지는 고통을 반복한다. 결국 껍질은 안쪽으로 밀려나 속살이 그대로 맞부딪쳐 지름생장을 하는 부름켜가 이어지게 된다. 그러다 세포가 서로 섞여 자리 잡아 마침내 운명을 함께하는 한 몸이 되는 것이다.
  두 나무가 이렇게 한 몸이 되기까지는 최소한 10여년이 넘게 걸린다고 한다.
제 살이 벗겨지는 긴 고통을 참아낸 둘은, 더 이상 둘이 아니다. 이렇게 한 몸이 되면, 두 나무 중 성장이 좋은 나무가 약한 나무에 양분을 나눠주고 지탱해주며 함께 살아간다.
  이 연리목이 한걸음 한걸음 힘들게 밟아온 발자취 속에서 우리는 또 하나의 삶을 배운다. 서로의 단점을 감싸주지 못하고, 쉽게 만나고 쉽게 헤어지는 지금의 연애풍토를 이 연리목이 꼬집고 있는 듯도 하다. 또한 나누고 살지 못하는 지금의 각박한 인간사를 몸소 모범을 보여 가르치고 있는 듯도 하다. 사랑, 나눔의 상징, 연리목…, 한번 이어지면 천년을 함께하는 연리목이 가슴 찡한 감동을 전해주며 매미소리에 묻힌다.



< 춘천국유림관리소 황윤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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